러시아의 아름다운 한국인 1 : 재러한인과학기술협의회 안톡 리더 조광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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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지연
작성일 : 2022-09-28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7기
현) 러시아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

지난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과학을 즐기자- 미래를 창조하자!(Enjoy the science - Create the future!)'라는 주제로 모스크바 소콜니키 호텔에서 제22회 [재러한인과학기술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본 학술대회는 러시아, 한국, CIS(구소련)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자 및 각 학문 분야 전문가들이 학문적 성과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한 학술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참가 대상이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구소련 지역까지 포함되는 행사인 만큼 주최 측 규모도 방대하다. 러시아 과학자 협의회, 카자흐스탄 과학자 협의회, 우즈베키스탄 과학자 협의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 협력 센터와 모스크바 고려사람 청년 운동의 협력과 후원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22번째를 맞는 재러한인과학기술국제학술대회에는 매년 더 다양한 지역에서 더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학자, 학생들이 참석하고 있다. 올해도 과학, 기술, 수학, 의학, 인문학 등 각 분야의 재러 한인학자들이 러시아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바로네즈, 볼고그라드, 노보시비르스크, 하바롭스크, 사할린, 크라스나야르스크 등에서 참석했다. 일부 학자들은 9,000km를 날아, 러시아 119명, 대한민국 15명, 카자흐스탄 5명, 우즈베키스탄 5명과 벨라루시에서 총 145명이 참석했다.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구소련까지 아우르는 거리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22년 동안 재러한인과학자협의회는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었다. 해마다 회원들은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더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협의회 초창기 회원인 부모님은 성장한 자녀들을 협의회와 학술 대회로 이끌고 있다. 그래서 매년 학자인 부모님의 뒤를 이어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자녀들이 함께 참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학술 협력과 소통의 장이 바로 재러과학기술협의회이며 본 협의회와 학술 대회는 이 점에서 큰 자랑과 귀감이 되고 있다.

'지속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속에서 거리를 초월해 러시아-한국- 구소련 지역의 학자들을 움직이며, 매년 양질의 학술 대회 개최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이 협의회 조광춘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다. 조광춘 회장은 러시아어로 AHTOK(Ассоциация Научно Технических Обществ Корейцев, 이하 '안톡') 즉, 한국과학기술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조광춘'이라는 한국이름과 '조 드미트리'라는 러시아 이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조광춘 회장과 함께 본 협의회를 이끄는 바로네즈 국립대학 화학과 김쎄냐 교수는 조광춘 회장을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갖춘 탁월한 리더'라고 평가한다. 재러 학자들 사이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강조하는 조광춘 회장의 리더쉽 덕분에 재러한인학자협의회는 매년 학술 대회를 통해 학문적인 성과와 협력과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제22회 [재러한인과학기술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1월 19~20일 차세대 재러 학자들로 성장할 청년학술대회를 준비하는 조광춘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다. 조광춘 회장은 러시아 재외동포로 거주국에서 광활한 영토 곳곳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을 따뜻한 리더십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 만든 탁월한 공공 외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러시아의 아름다운 한국인이다.


질문 1.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변 1. 저는 사할린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모스크바에 왔습니다. 현재 저는 국립 연구 대학 МЭИ (Московский Энергетический Институт 모스크바 전력 공학 대학)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과학적 관심 분야는 전력 산업 분야, 즉, 전기 저장 및 재생 가능 에너지원인 하이브리드 전원 공급 시스템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로 일하면서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저의 전문 분야에 대해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본 대학의 고급 훈련 센터의 원장입니다. 제가 졸업했고 현재 일하고 있는 속해있는 МЭИ(모스크바 전력 공학 대학)은 러시아 주요 에너지 관련 대학이기 때문에 러시아 모든 주요 에너지 회사의 직원이 일정 기간 이곳에서 고급 교육을 받습니다.

질문 2. [재러한인과학기술협의회]인 안톡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2. 저와 안톡의 인연은 1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안톡을 알게되었고 그 학술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습니다. 그 후에 안톡의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고, 학술 비서를 거쳐 현재는 회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 당시 안톡 관계자들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저를 알게 되었고 연락을 주셨고 학술대회에 저를 초대하셨습니다. 저는 그 초청에 기꺼이 응답했고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우연한 인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인연은 단순히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저는 인터넷을 통해 저 자신과 저의 관심 분야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안톡을 만나고 그 협의회를 통한 다양한 경험들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으며 저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질문 3. 이해를 돕기 위해 러시아에서 태어난 재외동포들을 고려인으로, 한국에서 이주한 재외동포들을 한국인으로 명명하겠습니다. 안톡은 러시아와 CIS 구소련 지역에서 활동하는 고려인 학자들에 의해 설립되었고, 현재는 한국인 학자들이 협력하고 있지만 그 이전 여러 해 동안은 고려인 학자들을 위한 학술 협력의 장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안톡이 고려인 학자들과 고려인 청년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입니까? 회장님은 안톡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답변 3. 4~5세대 고려인들은 러시아에 상당히 동화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인보다 러시아인에 더 가깝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 세대의 고려인들이 학계로 진출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습니다. 그러나 고려인과 한국인은 모두 같은 민족입니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안톡에서 주최하는 행사와 국제학술대회는 러시아, 한국,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개발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 동료들과 전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9,000km 떨어진 도시에서도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합니다. 해마다 안톡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는 더 다양한 지역, 다양한 세대의 한국인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운 삶의 여건 속에서도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인이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인들은 어느 지역에 살든지 자녀 교육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와 구소련 한국인들이 대학에서 교수로, 과학자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러시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톡 회원인 부모님 세대는 자녀 세대에게 자랑이 되고 있으며 안톡은 세대를 이어 한국인의 위상을 높일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안톡은 차세대 자랑스러운 한국인 지도자 양성을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매년 모스크바에서 한국인 학생들을 위한 수학 올림피아드를 개최하여 학생들이 수학 및 다른 과목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 매년 청소년 과학 콘퍼런스를 개최하여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고 과학 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고취합니다.
• 러시아-한국-CIS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과학 및 기술에 관한 연례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과학자, 교수 및 각 분야 학생들이 전문가들과 의견 및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학문의 장을 마련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톡 활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톡이 주최한 행사에 처음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다음 행사에도 안톡과 함께합니다. 안톡에게는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국제 학술대회는 올해로 22년째입니다만, 안톡 창립은 30년이 넘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안톡은 단순한 과학 협의회가 아니라 러시아와 구소련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온 3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 되었으며 그들은 이미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분야와 다른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과 지금은 공부하는 학생들이지만 곧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한국인들은 서로 우호적인 네트워킹을 만들고 협력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안톡의 긍정적인 영향을 확신하기 때문에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하고 은퇴한 안톡 선배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손주들을 데리고 참석하는 곳이 안톡 학술 대회입니다.


질문 4. 처음에 고려인 학자 협의회로 시작한 안톡이 현재는 한국 학자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광춘 회장님이 큰 다리 역할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이 협력과 소통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답변 4. 대한민국은 안톡을 통해서 러시아에 재러한인과학자협의회가 설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2022년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러시아와 CIS 국가에서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과학 분야에 가시적인 공헌을 한 고려인 과학자들에게 상을 수여했습니다. 수년 동안 우리의 동반자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는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한국 포럼에 안톡 회원인 젊은 과학자들과 학자, 학생들을 초대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와 과학 기술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하면서 안톡과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1991년 러시아와 대한민국이 공식 수교한 후에 러시아에 안톡을 비롯한 많은 기관이 설립되었습니다. 안톡이 갖는 독특한 특징과 장점은 우리 구성원들은 문화적 코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가깝다는 점입니다. 안톡은 한국인을 한국인과 고려인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안톡은 러시아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모든 한국인뿐만 아니라 우리와 교류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모임입니다. 한국에서 온 과학자, 전문가, 학생들을 안톡에 참여시키며 이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안톡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 및 언어 장벽이 줄어들고 안톡 회원과 한국 및 전 세계 과학자 간의 보다 효과적인 상호 작용이 촉진될 것입니다.

질문 5. 미래 세대가 안톡을 통해 성장할 수 있기 위해 안톡이 어떠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요?
답변 5. 발전이 있으려면 계속 청년들의 유입이 있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안톡이 추구하는 가치와 존재 목적에 동의하고 스며들 수 있도록 연속성과 동기부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책임지며 권한을 부여 받아야 합니다. 안톡 발전을 위해 저희는 세대를 초월하려고 합니다. 세대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안톡은 다양한 세대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유지되고 있습니다. 안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열쇠는 회장에게 의존하지 않는 조직의 기능 시스템입니다. 안톡에서 주최하는 정기적인 모임과 학술 대회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기적'인 것도 유동적으로 변화 가능하며 발전을 위해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현재 일부 안톡 행사와 학술 대회는 젊은 세대 리더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질문 6. 안톡의 향후 발전을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답변 6. 현재 안톡이 향후 성장의 일환으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세 가지 주요 영역이 있습니다.

• 한국 과학 및 교육 기관과의 상생 협력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KOFST, KIST, KITECH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확대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모범 사례를 취합하여 다른 조직과의 관계도 더 확대,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 안톡의 발전과 더 영향력 있는 한국인 학자 협의회로 성장하기 위해 후원자와의 협력 활성화를 모색하려고 합니다.
• 안톡의 발전을 위해 효과적인 지역 배분과 각 지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재 안톡은 모스크바부터 프리모르스트 크라이까지 6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매우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각 지부에서 매년 적어도 하나의 행사 및 학술대회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를 통해 안톡이 그 지부 주변 도시들에 알려지게 되고 더 다양한 지역에서 새로운 회원이 영입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안톡의 존재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러 학자들이 함께 하는 안톡은 러시아 한국인들에게 큰 자랑과 자부심이 되고 있습니다.


안톡은 재러한인과학기술협의회라는 학문적인 모임을 넘어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학문적 성과를 이뤄낸 한국인들의 자랑스러운 모임이다. 한국인, 러시아 내 소수 민족으로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열정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소수라 한 명 한 명을 더 귀하게 여기고 환영하는 조광춘 회장의 모습에서 물방울이 모여 바다가 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 숫자적으로만 볼 때는 30년의 세월에 300명의 회원,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와 대한민국 수교 이후 지금까지 지속해서 협력과 소통의 장을 여는 것만으로 이들은 아름다운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심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안톡의 리더 조광춘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안톡을 더 응원하게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사할린까지 각 분야에서 한국을 알릴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한국인들이 안톡을 통해 더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 사진 출처: [AHTOK 재러한국과학자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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